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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an 14. 2023

카리브해를 마주하다

칸쿤 사진 에세이 1

"ㅋㅋㅋㅋ"

새해 첫날밤에 딸이 아무 설명이 없이 카톡에 이 네 글자를 보내더니 조금 후에 칸쿤 행 비행기표를 보냈다.  이제 막 작가 생활을 시작하며 인생 후반기를 즐기고 있는 나에게 주는 새해 선물이란다. 어쨌든 칸쿤 여행이 결정되고 나니 단순히 먹고 마시고 쉬는 것만 하기엔 아쉬울 거 같아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하자고 딸에게 제안했다. 그 후 여러의견들이 오고 간 끝에 [인생 사진 프로젝트]를 하기로 하고 뉴욕을 떠났다.



딸이 보낸 카톡과 뉴욕 jfk공항내의 벽화  



뉴욕을 새벽에 떠난 우리는 4시간여 만의 비행 끝에 칸쿤에 도착했다. 공항은 생각보다 훨씬 깨끗하고 쾌적했다.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40분 동안 3번의 경비를 통과한 후 Finest Hotel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하고 있던 호텔 종업원이 따뜻한 물수건과 와인을 건네준다. 긴 비행을 하고 온 투숙객을 위한 세심한 배려에 왠지 기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칸쿤 공항과 호텔 방문을 환영하는 포도주



우린 방으로 들어가 짐을 정리한 후 며칠 동안 묵을 호텔 곳곳을 들러 보았다. 호텔은 나지막한 4층짜리의 수많은 건물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보지도 못한 열대식물들과 수영장이 호텔 곳곳에 있었다. 가족, 신혼부부, 친구 등 동행인은 달랐지만, 한결같이 유쾌하고 즐거운 표정이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바닷가가 보이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환한 얼굴을 보니 덩달아 나도 행복해진다. 우린 이곳저곳을 다니며 분위기를 느끼며 첫날밤을 보냈다.


   

카리브 해안 가는 길과 호텔 수영장


         

이튿날 새벽, 카리브해의 일출을 사진에 담기 위해 일찌감치 눈을 떴다. 밖은 아직 깜깜했지만, 핸드폰 카메라 소품 가방을 챙겨서 호텔과 연결된 카리브 해안으로 걸어갔다. 해가 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더니 정말 칠흑 같은 어둠이 조금씩 지나고 나니 하늘이 연핑크 색이 나면서 밝아졌다.


해뜨기 직전 밝아진 하늘



 얼마 지나지 않아 넓게 펼쳐져 있는 지평선으로 해가 삐쭉하고 조금 보이기 시작했다. 숨죽여서 해 뜨는 장면을 바라보는데 마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는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을 듣는 것처럼 장엄하고 웅장했다. 음악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1악장이 끝나고 2악장이 시작되는 것처럼 해도 조금씩 보여 주었다.     


조금씩 나오는 해



조금씩 올라오는 해가 너무 아름답고 경이로워 우리는 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말이나 글로 표현이 안 되는 멋진 장면들이 속속 들어왔다. 1인용 원두막과 모래 위에 정박하여 있는 모터보트까지도 화보 처럼 아름다웠다.  


 무심히 놓여있는 모터 보트와 방갈로



카리브 해안에서의 일출을 열심히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는데 그걸 뒤에서 딸이 나를 찍어줬다. 배경이 너무 멋있다 보니 뜻밖의 사진이 연출되었다. 딸이 여행 갈 때 인생 최고의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면서 하얀 드레스를 사줬는데 이번 여행에서 아주 요긴하게 잘 입었다. 평소에 식물이나 꽃만 열심히 찍었는데 아마도 평생 간직할 인생 사진이 될 듯싶다.  


 일출사진을 담고 있는 중

 


날이 조금씩 밝아지기 시작하자 트랙터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아보니 해변에 널려있는 미역을 트랙터가 빨아내고 있었다.옥빛 카리브 해안이지만 관광객들을 위해서 열심히 트랙터 아저씨가 이른 새벽부터 일을 하고 있었다. 이른 새벽인데도 흰 모래사장도 이미 탄탄하게 트랙터가 지나간 자국이 보였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간 모래사장도 많은 사람의 수고로 인함을 알게 되니 새삼 감사한 생각이 들었다.

    

 트랙터로 미역을 정리하고 모래를 탄탄히 한다  

  


칸쿤은 멕시코 동쪽 우라칸 반도에 있는 유명한 휴양지이다. 카리브 해안을 따라서 호텔들이 쭉 들어서 있어서 어느 호텔에서든지  나가면 바다를 만날 수 있다. 뉴욕에서는 4시간 정도면 올 수 있는 곳이어서 특히 겨울에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곳이기도 하다.



그동안 나는 새로운 문화를 보고 느끼고 싶은 곳 위주로 여행지를 골랐다. 이렇게 오롯이 휴식하는 여행은 거의 처음이다. 이번엔 깜짝 선물이어서 선택 의 여지 없이 따라왔는데 막상 와보니 딸이 휴가 때마다 이곳을 자주 왔는지 이해가 된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일출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서 감사했고,취미가 같은 딸이랑 가는 여행이어서 멋진 사진과 영상을 눈치 안 보고 원 없이 담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앞으로의 삶 중 제일 젊은 오늘 의 인생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여행은 충분하다.      


PS :

칸쿤의 3대 보석이라는 하얀 모래와 파란 하늘, 그리고 비취색의 바다.. 이 모든 것을 보여주는 내용과 멋진 사진이 너무 많아서 다음 편인 칸쿤 사진 에세이 2편에 올립니다.  



일출구경후 아침식사하러 가는 길에 본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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